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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 디스토피아 속 존재의 질문을 던지다

by 알seo방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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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평

S. 한 줄 요약

죽음을 반복하며 부활하는 존재, ‘미키17’을 통해 인간 정체성과 생존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SF.

E. 줄거리 및 감상

영화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SF 영화로,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아 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에드워드 애쉬튼의 소설 『Mickey7』을 원작으로 하며,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미키는 ‘소모품 인간’이라 불리는 특수 인류입니다. 위험한 임무를 대신 수행하고, 죽으면 복제 기술로 다시 부활하는 존재죠. 그는 이미 열여섯 번 죽고 다시 살아났으며, 영화는 그가 ‘미키17’로 부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번 부활은 이전과 다릅니다. 미키17은 자신이 단순한 소모품이 아님을 느끼며, 점점 자신의 존재와 죽음의 의미에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런 혼란은 그가 또 다른 복제체인 ‘미키18’과 마주하게 되면서 극에 달합니다. 두 개체는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생존 본능과 자아를 갖고 있고, 이로 인해 치열한 갈등과 위기의 상황을 맞게 됩니다.

영화는 단순한 SF 생존극을 넘어, 자아란 무엇인가, 기억이 곧 나인가, 죽음을 반복할 때 인간의 감정은 지속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집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적 연출과 철학적 메시지가 교차하며,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유머와 풍자,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출 덕분에 단순히 미래 사회를 그린 SF 이상의 감정적 깊이를 느낄 수 있죠.

특히 기억을 공유하는 두 미키가 서로를 부정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복제 인간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기술적인 복제가 아닌, 인격의 분화와 정체성의 위기를 수반한다는 점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이처럼 《미키17》은 흥미로운 설정 위에 인간 존재의 철학적 고민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입니다.

C. 감독과 배우, 그리고 작품의 특징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장편영화에서 할리우드 자본과 제작 시스템 안에서도 그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연출력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SF 장르 영화들이 시각적 스펙터클에 치중했다면, 《미키17》은 그보다는 이야기의 본질과 철학적 주제 의식에 초점을 맞춥니다.

주인공 미키를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은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묘한 감정선과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복제인간이라는 복잡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미키17’과 ‘미키18’을 동시에 연기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분리해낸 그의 연기력은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입니다.

또한 조연진도 탄탄합니다.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등 다양한 개성을 지닌 배우들이 극의 완성도를 높이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더욱 설득력 있게 구성합니다.

시각적으로는 다소 절제된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거대한 우주나 현란한 액션보다 미키의 감정선과 긴장감에 집중하는 연출 방식은 봉준호 감독이 의도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벌어지는 두 미키의 대립은 관객에게 강한 몰입감을 주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다만, 복제인간의 존재론적 고민이나 SF적 설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인 전개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전적인 구조야말로 봉준호 감독 영화의 특징이며, 영화를 곱씹을수록 더욱 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감상

《미키17》은 단순히 SF 팬들을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고 싶은 관객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반복되는 삶과 죽음, 그 안에서 잊히지 않는 기억과 감정, 그리고 점점 무뎌지는 자아. 이 영화는 결국 ‘기억과 감정’이 있어야 인간이라 불릴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과 로버트 패틴슨의 밀도 높은 연기가 만나, 또 하나의 깊이 있는 작품이 완성됐습니다. 당신이 만약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를 찾고 있다면, 《미키17》은 분명 그 갈증을 채워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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